26년 8월 2주차 인터뷰 발행
피터르 브뤼헐, 《눈 속의 사냥꾼》
26년 6월 2주차 · NO. 04 · 죽은 화가와의 대화

THAT WINTER WAS REAL

그해 겨울은 정말로 그렇게 추웠습니다

계절 연작을 마친 이듬해, 브뤼셀에서

피터르 브뤼헐브뤼셀 · 1566년 2월민세연6월 8일 (월) 발행2조회 0

사람들은 그의 눈밭을 우화로 읽으려 한다. 그는 그저 그해 겨울이 그랬다고 말한다.

연작 여섯 점을 한 해에 다 그리셨다고 들었습니다.

한 상인이 자기 집 방 하나를 채우고 싶어 했습니다. 한 해를 벽에 걸고 싶다고요.

계절을 그리려면 계절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봄을 보고 여름을 보고 하다 보면 한 해가 갑니다. 그래서 기억으로 그립니다. 다행히 나는 겨울을 아주 최근에 봤습니다.

그 겨울 말씀이십니까.

재작년 겨울입니다.

강이 얼었습니다. 사람들이 강 위에서 장을 열었습니다. 새가 얼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건 못 봤으니 그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내 눈밭을 두고 무슨 뜻이냐고 묻습니다. 인간의 헛됨이니 세상의 무상함이니 하는 말을 붙이려 합니다. 뜻은 없습니다. 그해 겨울이 그랬습니다.

피터르 브뤼헐, 《눈 속의 사냥꾼》
《눈 속의 사냥꾼》, 1565. 사냥꾼 셋이 잡은 것은 여우 한 마리뿐이고, 개들은 꼬리를 내리고 있다.

사냥꾼들이 잡은 것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여우 한 마리입니다. 개가 열세 마리인데요.

그게 사냥입니다. 잘된 사냥을 그리면 그림이 이야기가 되고, 안된 사냥을 그리면 그림이 그날이 됩니다. 나는 그날을 그리는 쪽이 좋습니다.

그리고 저 아래 얼음판에서는 사람들이 놀고 있습니다. 위에서는 굶고 아래에서는 놉니다. 같은 날 같은 마을에서 그렇습니다. 뜻을 붙이자면 거기 붙이십시오. 나는 안 붙이겠습니다.

알프스를 넘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산이 그림에 들어와 있습니까.

플랑드르에는 저런 산이 없습니다. 그러니 들어와 있는 게 맞습니다.

젊을 때 이탈리아에 갔습니다. 로마도 봤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그리게 된 건 로마가 아니라 오가는 길에 본 바위였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애를 써도 저 바위 하나만 한 걸 못 만들겠구나 싶었습니다.

누가 나를 두고 산을 삼켰다가 돌아와 게워 냈다고 하더군요. 상스러운 말인데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림 속 사람들 얼굴이 거의 안 보입니다. 멀리서 잡으시더군요.

가까이 가면 한 사람 이야기가 됩니다. 멀리서 보면 마을 이야기가 됩니다.

나는 마을이 궁금합니다. 한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남이 그린 걸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백 명이 한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는 보면 압니다.

이 대화가 있었다고 설정한 1566년 여름, 저지대에서는 성상 파괴 운동이 일어난다. 브뤼헐은 그로부터 삼 년 뒤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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