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8월 2주차 인터뷰 발행
안견, 《몽유도원도》
26년 5월 4주차 · NO. 02 · 죽은 화가와의 대화

THREE DAYS

사흘이면 됩니다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화원에게

안견한양 비해당 · 1447년 4월정한슬5월 25일 (월) 발행2조회 0

대군이 꿈 이야기를 마쳤을 때, 화원은 종이의 길이부터 물었다.

화원은 말수가 적었다. 답이 짧아 몇 번은 되물어야 했다.

대군께서 꿈 이야기를 하셨을 때, 처음 하신 말씀이 종이 길이를 묻는 것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길이를 알아야 걸을 수 있습니다.

꿈이라 하셨으니 걷는 그림입니다. 걷는 그림은 폭이 아니라 길이로 그립니다. 종이가 짧으면 도원이 금방 나와 버립니다. 금방 나오면 꿈이 아니라 소문입니다.

사흘 만에 마치셨습니다. 너무 이르지 않았습니까.

꿈은 사흘이면 흐려집니다.

대군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옮기려면 그 말이 아직 뜨거울 때 옮겨야 합니다. 열흘을 두면 내 그림이 됩니다. 내 그림을 그리라 하신 것이 아닙니다.

안견, 《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 1447. 왼쪽 아래의 현실 산수에서 시작해 오른쪽 위의 도원으로 이어진다.

두루마리는 오른쪽에서 펴는 것이 상례인데, 이 그림은 이야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갑니다.

거꾸로 갔습니다.

꿈에서 깨는 쪽으로 펴면, 펴는 사람이 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두루마리를 펴는 손이 곧 걷는 발이 되도록 하려 했습니다.

무례한 짓입니다. 그런데 대군께서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다.

도원의 복숭아꽃은 활짝 피지 않았습니다.

만개하면 곧 집니다.

대군께서 보신 것은 사월의 꽃입니다. 사월 꽃은 아직 오르는 중입니다. 오르는 중인 것을 그려야 다시 오고 싶어집니다.

뒤에 붙은 찬시가 스물한 편입니다. 읽어 보셨습니까.

읽었습니다. 다들 좋은 말씀을 쓰셨습니다.

그런데 그 글들은 도원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도원으로 가는 길목의 바위를 오래 그렸습니다. 그 바위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하시더군요.

서운하지는 않습니다. 길은 원래 지나가라고 있는 것입니다.

이 그림에 찬시를 붙인 이들 가운데 일부는 몇 해 뒤 사육신이 되고, 일부는 그 반대편에 선다. 안평대군은 1453년에 사사된다. 안견의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안견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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