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REE DAYS
사흘이면 됩니다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화원에게
대군이 꿈 이야기를 마쳤을 때, 화원은 종이의 길이부터 물었다.
화원은 말수가 적었다. 답이 짧아 몇 번은 되물어야 했다.
— 대군께서 꿈 이야기를 하셨을 때, 처음 하신 말씀이 종이 길이를 묻는 것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길이를 알아야 걸을 수 있습니다.
꿈이라 하셨으니 걷는 그림입니다. 걷는 그림은 폭이 아니라 길이로 그립니다. 종이가 짧으면 도원이 금방 나와 버립니다. 금방 나오면 꿈이 아니라 소문입니다.
— 사흘 만에 마치셨습니다. 너무 이르지 않았습니까.
꿈은 사흘이면 흐려집니다.
대군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옮기려면 그 말이 아직 뜨거울 때 옮겨야 합니다. 열흘을 두면 내 그림이 됩니다. 내 그림을 그리라 하신 것이 아닙니다.

— 두루마리는 오른쪽에서 펴는 것이 상례인데, 이 그림은 이야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갑니다.
거꾸로 갔습니다.
꿈에서 깨는 쪽으로 펴면, 펴는 사람이 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두루마리를 펴는 손이 곧 걷는 발이 되도록 하려 했습니다.
무례한 짓입니다. 그런데 대군께서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다.
— 도원의 복숭아꽃은 활짝 피지 않았습니다.
만개하면 곧 집니다.
대군께서 보신 것은 사월의 꽃입니다. 사월 꽃은 아직 오르는 중입니다. 오르는 중인 것을 그려야 다시 오고 싶어집니다.
— 뒤에 붙은 찬시가 스물한 편입니다. 읽어 보셨습니까.
읽었습니다. 다들 좋은 말씀을 쓰셨습니다.
그런데 그 글들은 도원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도원으로 가는 길목의 바위를 오래 그렸습니다. 그 바위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하시더군요.
서운하지는 않습니다. 길은 원래 지나가라고 있는 것입니다.
이 그림에 찬시를 붙인 이들 가운데 일부는 몇 해 뒤 사육신이 되고, 일부는 그 반대편에 선다. 안평대군은 1453년에 사사된다. 안견의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