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GHT DOES NOT SELL
빛은 팔리지 않았습니다
델프트의 화가이자 화상, 열한 아이의 아버지에게
일 년에 두세 점을 그렸다. 그림으로는 식구를 먹일 수 없어 아버지가 남긴 화상 일을 이어받았다. 그 사정을 물었다.
— 한 해에 몇 점이나 그리십니까.
두 점, 좋을 때 세 점입니다.
느리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사실입니다. 벽 하나를 칠하는 데 며칠이 갑니다. 벽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벽의 밝기가 틀리면 그 앞에 선 사람이 통째로 거짓말이 됩니다.
— 그 속도로 열한 아이를 먹이기는 어렵겠습니다.
못 먹입니다. 그래서 남의 그림을 팝니다.
아버지가 여관과 그림 거래를 하셨고 나는 그 일을 물려받았습니다. 이탈리아 것, 위트레흐트 것을 사다 놓고 팔지요. 내 그림보다 남의 그림이 훨씬 잘 팔립니다.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내 그림은 값을 매기기가 애매하거든요. 큰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장모님 댁에 얹혀 삽니다. 그 말도 해 두는 게 낫겠습니다.

— 《우유 따르는 여인》에서는 원래 있던 지도와 바구니를 지우셨더군요.
넣었다가 뺐습니다.
지도가 있으면 사람들이 지도를 봅니다. 바구니가 있으면 이 집 살림을 읽으려 합니다. 그러면 우유가 안 보입니다.
그 그림에서 움직이는 것은 붓는 우유 한 줄기뿐입니다. 그것만 남기고 싶었습니다.
“벽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벽의 밝기가 틀리면 그 앞에 선 사람이 통째로 거짓말이 됩니다.”
— 창을 늘 왼쪽에 두십니다.
작업실 창이 그쪽에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다만 오래 쓰다 보니 알게 된 것은 있습니다. 빛이 옆에서 들어오면 얼굴에 밝은 쪽과 어두운 쪽이 생기고, 그 경계에서 사람이 살아납니다. 정면에서 비추면 다 보이는데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 어떤 장치를 쓴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상자에 렌즈를 달아 상을 비춰 본다는.
(웃음) 그런 상자가 있다는 건 압니다. 델프트에 그런 걸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상자가 벽의 밝기를 정해 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건 여전히 내가 열흘 동안 들여다보고 고르는 일입니다.

— 저 소녀는 누구입니까.
아무도 아닙니다.
초상이 아니라 트로니입니다. 얼굴을 연구하는 그림이지요. 사람들이 딸이냐 하녀냐 묻는데, 정해 놓고 그린 얼굴이 아닙니다.
귀에 건 것도 진짜 진주가 아닐 겁니다. 그만한 진주는 델프트의 화가가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흰 물감을 두 번 얹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베르메르는 1675년 마흔셋에 갑자기 죽었다. 이듬해 아내 카타리나가 낸 파산 신청서에는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그림이 전혀 팔리지 않았다는 사정이 적혀 있다. 그의 이름은 이후 이백 년 가까이 잊혔다.

